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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전형구의 독서경영

전박사의 독서경영 - <모든 날이 인생이다>

전박사의 독서경영 - <모든 날은 인생이다>

<모든 날은 인생이다>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강신재 출판사 : 책읽는 수요일

 

“생의 기쁨과 슬픔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생의 기쁨과 슬픔에 흔들리지 않고 오래된 공간을, 오래된 업을 지키는 17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남들은 잘 선택하지 않는 세상의 변두리로 사는 17인의 삶을 천천히 따라가며, 하찮은 삶과 대단한 삶의 경계를 지우고자 했다. 저마다 자신의 직업을 고결하게 수행해가는 이들의 삶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순간이라는 조각이 모여 완성된다. 어느 순간은 한없이 기쁘고, 어느 순간은 온전히 잊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엄연히 내 인생이다. 그 기억의 파편들 중에 몇 개는 반짝반짝 빛나겠지만 모든 순간이 황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 후에야 모든 날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디 오늘이 슬펐다고 좌절하는 이들이 없어야 될 것이다.

 

오랫동안 한 길을 걸어온 돛배 어부, 등대지기, 대장장이, 여인숙 주인, 다방 마담, 이발사, 뻥튀기 장수 등 정직하게 행복한 17인의 인생은 매일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길, 등굣길에 오르는 우리의 삶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거짓 없이 오늘을 긍정하고, 한 순간의 기쁨과 슬픔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고생과 어려움의 연속인 삶일지라도 남들이 잘 가지 않는 분야에서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사실이 별 일 없이 바쁘게만 사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이다.

 

나는 그 신호가 희로애락의 조각이라 믿는다. 사람은 떠나고 없어도 그가 남긴 희로애락은 사소한 물건과 공간은 물론 나뭇잎, 흙, 바람, 햇볕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그리고 오래도록 자생한다. 몸은 그 숨은 기운을 알아채는 것이다. 일상에 잠자는 지난날의 희로애락을 넓고 깊게 채집하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오래된 공간을 지키는 사람들’, ‘오래된 업(業)을 지키는 사람들’을 만난 이유다. - <작가의 말_오래된 삶은 사라지지 않는다> 중에서

 

길은 땅에만 유효한 얘기인 줄 알았는데, 바다 역시 길을 가질 수 있었다. 바닷길의 불빛을 읽는 건 그의 주요 일과다. 일몰 후, 자정, 새벽 하루 세 번 바다를 확인하며 불빛이 상태를 점검한다.

요즘엔 디지털이 모든 시스템을 제어하기 때문에 등대 업무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 하지만 등대의 모든 시스템이 사람의 온기를 받아야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일출 때 등명기를 끄고 일몰 때 등명기를 켜는 작업은 등대원의 몫이었다. 밤이고 낮이고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 뱃길은 나의 길을 닫으면 열렸다_등대지기 김신철> 중에서

 

누군가는 수제화 제작을 치밀하게 쪼개면 총 280가지 공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양 옹은 그 얘기를 듣고도 할 말이 없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구두 만드는 데 내어놓는 그지만 작업 과정을 쪼개 구분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태아가 엄마 배 속에서 아주 조금씩 열 달을 자란 뒤 태어나 어느덧 온전한 사람이 되듯, 그에게 구두고 마찬가지가. 그의 투박한 손이 하루를 두고 조금씩 그것을 매만지다 보면, 그림자가 길어지는 어느 오후 즈음 어느새 한 켤레의 구두가 완성되곤 했다. - <정직한 갖바치는 삶을 몸에 가둔다_양화점 주인 양근수> 중에서

 

다방은 한 때 문화사랑방을 자처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식인들은 ‘살롱’에 모여 문학과 예술을 나누고 클래식을 함께 들었다. 전시회와 출판기념회는 물론 단막극이며 시 낭송회까지, 온갖 장르의 문화 행사가 구분 없이 열리는 다방은 ‘예술의 전당’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19801년대를 지나면서 다방이 퇴보하기 시작했다. 그건 성인이 된 내가 경험한 다방의 모습이기도 하다. 문화의 중심지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다방은 술집이나 서양식 커피숍으로 빠르게 바뀌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일부 다방은 퇴폐의 옷을 입고 ‘티켓 다방’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마담과 레지를 바라보는 시선은 미궁에 빠졌다. 나는 답을 잃은 그 두 준으로 레지의 커피를 받은 것이다. - <노년은 커피 한 잔에 살아 있다_다방 마담 이춘자> 중에서

 

상상만 하며 살지라도 바다를 놓을 수는 없다. 돈을 내밀어 돛배를 탐내는 이도 있지만, 굼빙(굼벗, 딱지조개의 제주도 방언) 좋을 때 굼빙이나 캐먹어야 한다며 청을 물린 게 몇 번인지 모른다. 한 푼이 아쉬운 섬 속 노년의 삶이지만 왠지 심장을 내어주는 기분이 든다. “바다 사는 사람은 날만 이래 좋으면 바다에 나가야 돼. 그거 가지고 묵고살았는데. 안 나가면 안 되는 기라.”

그래서 모처럼 돛배를 띄운 최 씨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듬고 포구로 돌아오는 돛배. 그 뒤로 하루 두 번 노대도에 닿는 여객선이 나타난다. 반짝이는 물비늘 위로 미끄러지는 배를 그가 가만히 쳐다본다. 재빨리 선착장에 접안해 아내와 손주를 내려주려고 했는데, 웬일인지 돛배가 뒷걸음치며 점점 멀어진다. - <배는 온몸으로 모는 것이다_돛배 어부 최삼열> 중에서

 

대장간 일의 꽃이라 불리는 담금질 역시 쇠를 읽는 눈이 전제돼야 시도할 수 있는 작업이다. 달아오른 쇠끝을 찬물에 담가 열처리하는 과정은 쇠의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단계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이를 “냉수로 불이라는 야수를 강철의 감옥에 가둔다”고 표현했다. 전설의 검이 서로 부딪칠 때 불꽃이 튀어 오르는 건 가둬둔 야수의 방출이다. 물이라는 극과불이라는 극을 절충해 극대(極大)를 얻는 작업은 그에게도 오랜 난제다. “쇠에 따라 몇 밀리미터를 몇 초 동안 담글 것인지 달라. 그건 40~50년 대장장이에게도 어려운 기술이야.” - <쇠와 마음은 하나다_대장장이 박경원> 중에서

 

괜한 자랑이 아니다. 부부는 없는 것이나마 함께 나누면 큰 복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1년에 한 번씩 원주의 고아원을 찾는 것도 그런 믿음 때문이다. “가서 애들한테 솜사탕 공짜로 만들어주지. 가기만 하면 솜사탕 아저씨 왔다고 난리가 나. 여든셋 드신 원장님은 솜사탕이라는 걸 첨 잡숴보셨대. 진짜 우습지. 거짓말같이 입에만 들어가면 싹 없어진다 그러시는 거야. 하하. 올해에도 가야 하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못 갔어. 어쩔 수 없이 떡만 부쳤는데, 마음이 굉장히 아쉽네.”

아내의 뜻도 남편과 같다. “일평생 도둑질 한번 해본 적 없고, 사기쳐본 적도 없고, 누굴 속여본 적도 없어. 그러구두 난 돕구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 - <인생은 쓰고 솜사탕은 달다_솜사탕 장수 박태석·황순금 부부> 중에서

 

그러나 남 씨는 길고 질긴 인연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돈이 없은께 맨날 하는 거여. 다른 게 할 게 뭐 있간? 젊을 적엔 많이 벌었는디 다 썼어. 맨날 젊은 줄 알고 다 썼어. 돈 벌어 애들이나 많이 가르쳤으면 됐을 텐데., 애들은 중·고등학교까지밖에 못 갈쳤어. 안 그랬음 지들이 이렇게 어렵게 벌어먹고 안 살 낀데…….

김 씨가 그 말을 받는다. ”벌긴 벌었는데 다 어디로 갔나. 다 손 끝에 붙은 밥풀이지 뭐.“ - <오늘을 견뎌 내일 다시 태어납니다_뻥튀기 장수_김상곤·남숙우 부부>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자신이 지나온 자리에 아무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몸이 아닌 머리로만 살았기 때문이다. 어떤 시간은 빨리 흘러가버리고 어떤 시간은 고통스럽게 견뎌내야 할 때도 있었다. 아무도 그 견딤을 돕거나 대신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을 통해 ‘견디는 힘’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쩔 수 없이, 몸의 일부로 만들어져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매일 아침 화덕에 불을 피우면서 몸과 마음을 바라본 후 작업을 시작하는 대장장이와 직접 갈은 칼과 가위로만 머리를 자르는 이발사의 장인 정신은 돈만 많이 벌면 당장 일을 관두고 싶다고 말하는 직업관 없는 세대를 반성하게 만든다. 그들은 ‘정직하게 보낸 하루’가 어제의 아픔을 잊게 하고, 내일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한 분야에서 10년을 일하면 전문가라고 한다. 20년을 하면 달인, 30년을 하면 장인 그리고 40년 이상을 하면 명장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17인은 달인의 경지를 넘어선 장인이요 명장들이다. 그들의 지나온 기나긴 세월은 그들이 주인공인 한 편의 드라마요, 영화이다. 이 책을 통해 오래된 것들과 함께하는 삶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정직하게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